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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브릭1 | 18/07/19 15:24 | 추천 18 | 조회 3118

19살 집을 나왔어요 (6편) +231 [13]

뽐뿌 원문링크 m.ppomppu.co.kr/new/bbs_view.php?id=soho&no=18607

상가임대차계약 한달 후 셀프 인테리어로 인해 오픈이 늦어진
다사다난 했던 저의 첫 매장을 오픈하게되었습니다.
저의 장사플랜은 정말 별거 없었습니다.
저의 플랜은 딱 한가지 
‘들어올때는 손님으로 들어오지만 나갈땐 그 사람의 친한 지인이 되자’뿐이였죠

그런 플랜을 세운 이유 또한 단순했습니다.
외동아들로 자라 맞벌이 하는 부모님 밑에서 잦은 부모님의 다툼을 견디며 어린시절을 또래 친구들 보다는 
조금 외롭게 자라다 보니 사람이 그리웠고 사람과 대화하는 것이 즐겁고 행복했습니다.
그래서 동네사람들과 친해지고 싶다는 생각 뿐이였죠

그리고 또 한가지는… 
제가 힘들어하던 고등학생 시절 제가 살던 동네에는 ‘엄마분식’이라는 분식집이 있습니다.
어린시절 분식집을 방문하면 저의 사정을 아시는 이모께서 항상 제가 시킨것보다 더 많은 음식을 해주시고
재미없고 우울하기만 한 저의 이야기를 들어주시며 함께 안타까워 해주시고 
항상 감싸주시며 많은 힘을 주셨던 저에게는 너무나 따뜻하고 고마운 분식집이였습니다.

저의 매장도 그런 곳이 되었으면 했습니다. 
후미진 골목 작은 매장이지만 저의 가게 역시 찾아주는 사람들에게 즐겁고 따뜻한 느낌이 드는
그런 곳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이 강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요금수납하러 오시는 손님, 악세사리 구매하러 들어오신 손님, 
벨소리 바꾸는걸 할 줄 몰라 물어보러 들어오신 손님, 휴대폰 기능 물어보러 오신 손님, 휴대폰 충전하러 오신 손님 
죄다 붙잡고 커피라도 타놓고 한참을 수다떨다 보내드리기를 반복…ㅎㅎ

어린시절의 저와 같은 상황에 있는 고등학생 
또 그런 저와 같은 상황에 있는 자식을 둔 부모님의 자녀걱정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자식자랑 손주자랑 
20년차 주식쟁이 아저씨의 박식하지만 허세쩌는 이야기
그런 이야기를 듣고 함께 안타까워하고 웃으면서 지냇네요 ㅎㅎ

그런데 이게 의도치 않은 결과를 가져옵니다.
구매하러 오신 몃몃 손님들 께서 
“저기 역앞에 있는 매장은 항상 손님이 없던데 여기는 항상 손님이 있네? 몃번을 왔다가 그냥갓는지 몰라”
라는 이야기를 하시는 겁니다. 으음…?

저의 손님 대부분은 휴대폰 구입하는 손님이 아니고 잡업무보러 오신손님들이셨고 
제가 손님과 수다떠는게 좋아서 이야기하고 있었던건데 
지나가던 주민분들 눈에는 휴대폰을 구매하는 손님으로 보였고 
제 매장에 손님이 항상 있으니 다른곳보다 엄청 싸게 파나보다 라는 인식과 소문이 은연중에 퍼진것 같더군요.

워낙 작은 동네였기 때문에 소문은 순식간에 퍼져 나갓고 
소문듣고 오신손님, 친해진 손님의 소개로 오신손님, 
저와 수다떨다가 구매하신손님, 지나가는 길 호기심을 갖고 방문하시는 손님
그리고 발에 채이는게 휴대폰 매장인데 일산에서 서울까지 오신 고마운 손님도 계셧네요 ㅎㅎ

그런 손님 한분 한분이 쌓여가며
후미진 골목 작은 저의 매장의 판매량이 수직상승 해나갓고
모든 지출을 제외한 저의 첫달 순이익은 1800만원…
180만원도 아니고 1800만원… ㅎㅎㅎ 정말 기분 좋았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만으로도 돈을 벌수 있구나
좋아하는 일을 찾고 창업을 하라더니 그건 진리였구나??!! 하는 생각이 들고
너무너무 행복했습니다.

단순히 돈을 많이 벌어서 행복했던 것이 아니라 
지나가다 떡사다주시는 손님 
함께 먹자며 과일 깍아오시는 손님 
빵사들고 오시는 손님
지나가다 바빠보이는 저를 도와주겠다고 들어와 
윈덱스와 걸레를 들고 유리와 쇼케이스를 닦아주는 고마운 고등학생 등등 
셀수없이 많은 고마운 손님들 덕분에 너무너무 행복하고 기분좋은 하루하루 였습니다.

앞날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채 마냥 기분좋고 보상받는 듯한 마음이 들던 하루하루였네요…^^

Ps : 지금 다시 그곳에서 장사한다고 해서 그때보다 더 큰 수익을 낼거라는 확신은 없습니다.
장사는 많은것을 안다고해서 많은것을 얻을 수 있는건 아니니까요ㅎ
분명한건 제가 그 매장에서 일하는 동안 만큼은 즐거웠고 그 후로 더 큰돈을 벌때보다 더 행복했습니다.
큰매장을 옮기고 그 후로 매장을 늘려 갈 때에도 제 머리속에는 ‘그 매장처럼 되었으면…’
이라는 생각이 가득했으니까요ㅎㅎ 
제게 첫 매장은 아직까지도 항상 동경하게되고 아쉬운 그런 매장이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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