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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실공포.. | 24/06/19 22:45 | 추천 54 | 조회 2436

대기업은 못이기겠죠?… 넋두리 해봅니다. +244 [15]

보배드림 원문링크 https://m.bobaedream.co.kr/board/bbs_view/best/750287

안녕하세요. 보배 십수년차 곧 50, 가장이자 사장인 사람입니다.

보배에 글은 잘 쓰지 않지만 그래도 가볍게 사는 이야기 정도만 해왔는데, 오늘은 좀 무거운 넋두리를 할까 합니다. 

긴 글입니다. 읽어주시는 분들께 죄송하고 감사한 마음입니다.

 

저는 부동산 분양광고회사를 운영하다가 속된말로 완전 말아먹고 (못받아서 소송들어간 미수금만 14억입니다…) 

1년간 방황하다 어찌 어찌 재기해서 지금은 식품제조업을 하고 있습니다.

 

어려운 가운데 제품개발을 끝내고 좋으신 분들의 도움을 받아 작은 공장도 세웠습니다. 

처음 해보는 일이었지만 밤새 배워가며 최선을 다했고, 이제 조금씩 사업을 확장해 가려 목숨 바쳐 애쓰는 중입니다.


저희 회사가 만드는 제품은 대게를 이용한 제품입니다. 

홍게, 꽃게 말고 1년에 한번 먹을까 말까한 대게, 그 대게 맞습니다.

 

우연히 접한 대게에 꽂혀서 대게를 밤새 연구했고, 나름 천신만고 끝에 제품을 만들었습니다. 

주변분들이 그러더군요. 그 비싼 대게, 그냥 삶아먹기에도 모자란 대게로 무슨 가공식품을 만드냐… 

그도 그럴 것이 진짜 대게를 원재료로 가공식품을 만든 사례가 아예 없었으니까요. 

그래도 우리 회사 식구들은 나름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저희들은 러시아산 대게를 주재로료 가공식품을 만듭니다.

대게찜요리 밀키트, 대게살 볶음밥, 대게 김치, 김치찜, 대게김, 대게오일, 대게소금, 

그리고 이 글을 쓴 이유이자 아픈 손가락, 대게 라면입니다.

 

대게를 주재료로 하는 우리 제품의 대부분은 우리나라에 지금까지 없었던 제품이었습니다. 

120만 구독자의 참XX 유튜버님이 내돈내산 리뷰해주신 대게 밀키트도 처음, 

홍게살, 맛살이 아닌 진짜 대게살이 들어가는 대게살 볶음밥도 처음, 

대게 김치, 찜, 오일, 소금 할 것 없이 다 처음입니다. 노력 많이 했습니다.

 

그 노력이 인정되어 저희는 양질의 대게 원물을 저렴하게 확보할 수 있게 

우리나라 대게의 85%를 수입하는 동해 모 도시의 한 기관과 MOU도 체결했고, 

진짜 대게살과 대게육수가 들어간 대게 김치는 지난 5월에 있었던 한국음식박람회에 출품하여

해양수산부 장관상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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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지금은 여러 외식업체들과 교류하며 사업의 모양새를 잡아가고 있는 중입니다.

그리고 저희가 가장 신경을 썼고이제는 저희를 나락으로 떨어뜨리게 될지도 모를 라면

 

대게를 내세우는 라면이라고 하면 아마 문득 떠오르는 제품이 있으실 겁니다.

2023년 11월 모 기업에서 출시된 라면이 있죠. 방송의 힘으로 큰 관심속에 출시된…

 

우선 말씀드릴 게 있습니다.

저희가 2023년 7월부터 생산한 대게 밀키트는 혹여나 유튜브를 보실지 모르지만 

군대 전투식량에 쓰는 것과 같은 자체발열팩을 이용하여 캠핑 때나 야외에서 언제든 취식할 수 있도록 개발이 되었습니다,

그 제품은 컨셉과 맛을 인정받아 2023년 11월부터 대형마트인 L마트 서초지점에도 입점을 한 상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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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이미 우리는 대게 밀키트 뿐만 아니라 라면 역시 진짜 대게가 들어간 라면이라는 컨셉과 

 

진짜 대게육수 맛이 난다는 것 이외에도, 컵라면보다는 높은 퀄리티로 

어디서든 뜨거운 물이나 화기가 없어도 즐길 수 있도록 발열팩으로 제품을 만들어야 겠다고 계획을 세우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우리 라면은 자체 발열팩을 활용한 라면이 되었습니다.

 

라면.jpg

 

그러나 작은 업체규모로 인해 어떤 라면 제조회사에서도 생산을 해주려 하지 않았습니다. 

 

모 회사에서는 아예 거들떠도 보지 않았고, 

어떤 회사는 우리가 감당할 수 없는 수십만개의 1회 생산량을 조건으로 내걸었습니다.

 

자본력이 약했던 저희는 어렵게 개발한 라면을 출시조차 못할 처지에 이르렀습니다.

 

 

거의 자포자기 심정으로 있다가, 마지막으로 국내 굴지의 라면제조기업인 OXX의 문을 두드린건 2023년 9월이었습니다. 

담당자님과 처음 통화한 날이 그 날이니까 9월이 맞습니다. 

경쟁라면 출시되기 2달 전입니다. 그 전에 이미 대게 라면의 개발은 끝이 나있었습니다.

 

타 회사와 다르게 선한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증명하듯, 담당자님은 저희 컨셉과 아이디어에 적극힘을 실어주셨고, 

천신만고끝에 저희 같은 소기업으로서는 꿈도 꾸기 힘든 대기업의 타이틀을 단 우리 라면이 생산되었습니다. 

선한기업 오XX는 그야말로 라면생산에 있어 구세주였습니다.

 

저희는 오XX에서 생산되는 라면에 우리가 100% 대게껍질과 미강유만으로 뽑아낸 대게 향미유와 해산물 프레이크를

동봉하는 형태로 2024년 4월, 드디어 대게라면을 출시하게 되었습니다.

 

저희는 이렇게 만들어진 자체발열라면과 볶음밥 등 그 외 제품들은 4월 12일 개최된 동해항 크랩킹페스타 축제에서

처음으로 선보이게 됩니다.

 

정말 라면과 볶음밥은 미친듯이 팔려나갔습니다. 행복했습니다. 

비록 몇천원짜리 제품이었고 큰 수익은 되지 않았지만, 

우리가 만든 음식을 맛있게 드셔주시는 고객분들을 바라보는 행복은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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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축제장에는 협력업체의 많은 분들이 찾아주셨고, 물론 납품받기를 희망하는 업체 관계자분들도 많이 오셨습니다.

 

무엇보다 우리의 자체발열 컨셉을 실현할 수 있도록 발열패키지를 공급해주고, 

라면 완제품 패키지 포장까지 대행해 준 발열패키지 업체는 그야말로 너무나도 고마운 업체였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사실 저희가 동해항 대게축제에 출전하기 전,  라면에 있어서는 사실 타 업체가 협의되고 있었습니다.

맞습니다. 그 업체에서 만드는 라면이 원래는 동해항 대게축제에 참가할 예정이었습니다.

소비자가 구매를 해서 브루스타 같은 화기에 라면을 직접 끓여서 먹는 그런 컨셉이었습니다.

그런데 저희 발열라면의 컨셉을 본 행사 관계자는 그 업체 대신 우리의 대게라면을 선보이는 것으로 결정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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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 계획되어 있었던 타 업체 라면 체험행사가 저희 회사 라면 체험행사로 바뀌었습니다...)

 

 

 

아무래도 러시아 대게를 수입하는 도시로서, 순수 러시아대게만을 이용한 향미유로 만든 우리 제품이 

축제에 더 잘 어울리는 것이라 판단했을 것 같습니다.

 

우리는 축제를 잘 마쳤습니다. 비록 라면, 볶음밥을 제외한 타 제품은 인기가 별로 없었고… 

라면, 볶음밥 역시 원금를 회수할 만큼 많이 팔리진 않았지만 그래도 우리는 희망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2달이 지난 오늘, 그 희망에 구멍이 나버렸습니다.

 맞습니다. 그 라면입니다.

우리와 동일한 대게 컨셉을 가진 유일한 라면, 

그 라면이 바로 우리가 기획한 발열패키지 컨셉을 그대로 가지고 판매를 개시한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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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같이, 발열팩을 이용한 라면 컨셉에, 

우리가 만든 대게 밀키트 제품의 몸통, 다리 2단 발열패키지 포장 컨셉이 합쳐진…

 우리 제품은 날개를 펴보기도 전인데,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이미 그 제품은 전국의 마트를 두드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발열패키지의 모양이 눈에 익었습니다.

아닐꺼야 하는 마음으로 우리에게 발열패키지를 공급해주던 회사 관계자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맞답니다.

 

얼마전 그 라면회사 담당자가 찾아와서 요청을 하길래 납품을 해줬다고 합니다.

너네가 독점은 아니지 않냐. 우리는 물건을 요청하길래 준 것 뿐이다. 원래 발열라면은 많았다. 뭐가 문제냐… 라고 합니다.

어이가 없었습니다. 

하긴 특허도 뭐도 가지고 있지 못했던 우리, 심지어 발열팩도 우리가 개발한 게 아니었기에 

내가 어이 없어 할 자격이나 있는건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어이가 없었습니다.

 

 저는 말했습니다.

팔아라 마라 할 자격 나한테는 없다. 판 걸로 뭐라고 하지는 않는다. 원래 발열라면 있었다는 거 인정한다. 

그런데 대게 컨셉 라면 아니냐. 우리나라 대게 컨셉 라면 달랑 2개인데, 

우리한테 먼저 납품을 했으면 적어도 미리 이야기는 해주고 양해는 구했어야 하는거 아니냐. 그게 상도 아니냐.

그리고 지금 발열패키지를 이용한 대게 밀키트는 특허출원을 해두었다. 

발열패키지를 이용한 대게라면 역시 특허 가능한 부분을 검토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되면 우린 뭐가 되느냐.

 

자기들과는 상관 없답니다. 이야기 해줄 의무도 없고 그저 물건을 팔았을 뿐이라고 합니다.

 

발열라면 생산을 위해 그 회사한테 구매한 패키지만 2만개이고, 그 중 절반은 아직 라면포장도 안된 상태입니다. 

 

눈앞이 깜깜했습니다.자기들과는 상관 없답니다. 이야기 해줄 의무도 없고 그저 물건을 팔았을 뿐이라고 합니다.

 

발열라면 생산을 위해 그 회사한테 구매한 패키지만 2만개이고, 그 중 절반은 아직 라면포장도 안된 상태입니다. 


눈앞이 깜깜했습니다.

 

서운하다고 했습니다. 미결된 금액 4백 몇십만원 바로 결제해주겠다 했습니다. 거래 끊자고 했습니다…

가슴에 손을 얹고 진심인데, 4월 제품 출시 이후 술을 끊었습니다. 

담배는 원래 안폈고, 그 좋아하던 술 끊을 만큼 기쁘게 각오를 다졌었습니다.

전화를 끊고나니 끊었던 술이 땡깁니다. 

먹으면 죽도록 먹는 습성이라, 술이 먹고 싶다는 뜻은 저에겐 죽고싶다는 뜻과도 같습니다.

그런데 술 안먹어야 합니다. 이미 늘어난 공장 식구만 20명이 넘습니다. 안먹을 겁니다.

 

이런 일, 저는 드라마나 뉴스에서만 봤습니다.

동네장사나 하자고 시작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정말 지금까지 사례조차 없었던 대게를 원재료로 다양한 음식에 도전하고 싶었고, 그래서 만들었고 또 제품화도 시켰습니다.

큰 도시와 MOU도 체결하고, 해양수산부장관상도 받고, 밴처캐피탈 투자 러브콜도 받고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모든게 예뻤던 시작이었습니다. 그런데…

 

압니다. 

제가 무슨 힘이 있어 그 큰 회사를, 우리 같은 작은 기업 따위 버려버리고 그 큰 회사에 붙은 발열팩 납품업체를 상대로

싸우겠습니까. 

지리멸렬한 싸움, 결국엔 자본앞에 져버리게 될 그 싸움 할 자신, 

저에게는 없습니다. 우리 소중한 직원들도 그런 여유 따위 없습니다.

 

라면은 포기합니다. 그래야 합니다.

그래야 제가 마음을 비우고, 직원들을 다독거리고, 타 제품들로 만회할 기회라도 생길 겁니다.

그거 팔아보겠다고 따지고 다투고 경쟁하는 시간, 차라리 다른 제품에 투자하겠습니다.

여러가지 제품을 개발하고 만들어 둔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습니다.

 

호사다마라고, 그래도 좋은 일 있을 겁니다.

만들어 둔 라면은… 고민중입니다만 좋은 곳에 기부를 할 생각입니다. 

동해시와 협의를 해서 복지원과 고아원, 초등학교 급식 등등 잘은 모르겠습니다만 

가능한 방법 동원해서 예쁘게 마무리할 생각입니다.

 

혹시 어디든 기부할 만한 좋은 곳이 있으면 언제든 쪽지 남겨주세요. 이거 진심입니다.

 

그리고 열심히, 정말 열심히 해서 회사를 키워서, 큰 회사들과 비등할 수 있을 만큼 회사를 다져서, 

그리고 더 연구개발해서 그 때 정말 제대로 된 라면을 만들어 제대로 붙어볼 계획입니다.

그리고 사실 지금 라면, 아직 제가 원하는 만큼 맛을 끌어올리지 못했습니다. 미완의 제품입니다.

더 노력해서 더 맛있는 제품 만들자는 다짐의 기회로 삼으면 오히려 전화위복입니다.

그 때 정말 누가 먹어도 우리쪽에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워줄 수 있는 최고의 제품으로, 그 제품력으로 승부를 보겠습니다.

 

지금 뭐라고 해봐야 그들은 징징거리는 수준으로 밖에 안보겠지요. 

따지고 보면, 그 회사, 잘못한 것도 없습니다. 저희가 권리가 있습니까. 뭐가 있습니까.

그냥 힘없는 저의 넋두리일 뿐이지요.

 

힘 낼겁니다. 우리나라, 작은 회사들 기업하기 정말 힘듭니다. 그래서 힘빠져 있을 시간이 없습니다.

 

그러니까 힘내라 한마디 주시면 저와 우리 직원들 큰 힘이 될거 같아서…

답글로 힘주는 곳으로는 대한민국 최고인 보배에 

절망으로 시작했지만 희망으로 끝내는 글, 적어봤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모든 분들 힘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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