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사단 수류탄 폭발로 인한 훈련병 사망 소식..
참담하네요.. 먼저,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겠습니다.
본 뉴스를 접하면서 왠지 모를 먹먹함과 과거의 아찔한 기억들이 떠오르네요.
저는 전방 모 사단 훈련소의 수류탄 교관으로 근무를 했었습니다. 당연히 교관으로서, 수류탄에 대한 지식은 풍부했지만,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가피한 상황에 대한 대처 방식은 익숙하지 않은 부분이기에
늘 당황하고, 아찔했습니다.
글 작성 수준이 다소 낮은 편인 점을 감안하여 읽어봐 주셨으면 합니다.
혹시, 이 글이 문제가 된다면, 가감없이 댓글 남겨 주십시오. 삭제 하겠습니다.
기사 내용을 보면, 훈련병은 안전핀을 제거한 후에 던지지 않고 서 있었다고 쓰여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매 훈련 기수마다 한번씩 발생할 정도로 빈번하게 일어나는 상황입니다.
이미 통제 사로에 들어가는 간부들도 안전을 위해 본 상황에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할지에 대해 미리 인지하고,
듣고 생각하고 사로로 들어갑니다.
교관은 중앙 통제대에서 전체 통제를 지휘하고, 통제 사로 간부들 배치는 통상 경험많은 훈련 부사관이나,
최소 중위급 이상들이 사로에 투입이 되죠.
훈련병의 수류탄 투척 훈련 중에 가장 위험하고 무서운 순간은 단연코, "안전핀 뽑고 손 들고 멍타는 상황"
일 것 입니다.
안전핀을 제거하고 가만히 서 있는 훈련병들을 대상으로, 향후의 안전을 위해 인터뷰를 진행한 바 있는데, 기억나는 점이
2가지 있습니다.
1. 수류탄을 인계 받고 던지기 전에 호수(투척 위치)를 보면 순간 멍해집니다. 라고 하더군요.
-. 연습용 수류탄을 던질때에는 흙밭이었는데, 갑자기 호수에 던지라고 하시는데, 호수를 넘겨서 멀리 던져야 하는건지
아니면 그냥 호수에 던지는게 맞는 건지 순간 헷갈린다고 합니다.
-. 실 수류탄을 호수에 던지는 사전 교육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보통은 앞 순서에서 던지는 다른 훈련병의 상황을 보고
인지하거나, 혹은 통제 사로에 들어가서 통제 간부의 의해 투척 위치(호수)에 대해 설명을 듣곤 하죠.
-. 그렇기에 초반에 투척을 하는 훈련병들은..특히 긴장을 많이 하는 훈련병들은 위에 설명 드린 것 처럼
멍해지기 가장 쉽습니다.
이딴게 헷갈려? 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200명 중에 한명은 존재 합니다.
보통은 긴장에서 비롯되는 원인이 가장 큽니다.
2. 잘못된 위치에 던지면 어쩌지? 라는 걱정이 순간적으로 머릿속을 지배한다고 합니다.
-. 손에서 떨어트릴까봐 머뭇거리고, 어찌됐든 던지려면 손을 뒤로 젖혔다가 던져야 하는데 그 순간에
떨어트릴까봐 두려워서 몸이 경직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겁니다.
-. 모든 사람이 야구공이나 돌맹이를 잘 던지는 것이 아닙니다. 어떤 사람은 땅바닥으로 내팽게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생각보다 높은 포물선으로 그리게 던지는 사람이 있듯이, 던지는 팔의 운동 감각은 모두 다릅니다.
-. 약 3~4M 전방에 있는 호수에 정확하게 던져야 한다는 압박감과 함께 잘못될까봐 느껴지는 두려움은 어떤이에게는
몸을 경직시키는 계기로 충분합니다. 그리고 3~4M가 가까운 듯 멀어보이는 애매한 거리이기도 하고요.
애초, 넓은 공터가 아닌 작은 호수가 탄착 지점이 되어야 하다 보니, '저 안으로 넣어야 해' 라는게 긴장하면
굉장히 작은 호수로 보인다고 합니다. (훈련병 인터뷰)
그 외에 한가지더 있는데, 너무 오래된 기억이라서 한 가지는 생각이 안나네요.
아찔했던 기억 중 한가지는,
마찬가지로 안전핀 제거 후 투척 !! 이라고 통제 간부가 외쳤는데도 손을 들고 멍때리는 상황에서,
해당 통제 간부가 엎드려!!! 소리를 지른 후에 훈련병의 손등을 힘껏 쳐내서 수류탄이 바로 앞 흙에 떨어졌던 경우입니다.
즉시, 해당 간부는 훈련병의 방탄모를 누르며 함께 사로 안에서 움크리며 피했던 상황이고요.
후에 해당 간부가 말하길 (상사), 안전 손잡이를 느슨하게 잡았는지 "틱" 소리가 들렸고, 직감적으로 뇌관이 작동했을
거라고 판단했다고 하는데, 확실히 군 경력은 무시할 수 없을 정도의 판단력이었던 것 같습니다.
인명사고는 없었고..
또 한가지는, 힘껏 던졌지만 팔만 거하게 동작했을 뿐 수류탄은 손에서 놓쳐서 옆 사로로 들어간 경우입니다.
이때는 통제 간부가 바로 집어서 호수로 던졌기에 피해가 없었지요.
뭐..무튼 이런 위험 사례들은 매우 많습니다.
당시 군 안전, 사고 예방 지침이 많았을 때라 수많은 훈련병들을 대상으로 인터뷰하고 개선 대책을 집중적으로
수립하는 활동이 많았지요.
그래서 연습용 투척 부터 실 수류탄 투척 훈련등에 대해서 많은 부분들이 개선된 걸로 알고 있습니다.
17년 정도가 지난 지금에서는 사실 훈련 방식은 잘모르겠지만,
기사를 보면서, 왠지 저 훈련병도 저랬을까 싶은 마음에 과거 기억을 꺼내보았습니다.
부모의 마음은 얼마나 아플까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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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29)
저도 훈련병 때 수류탄 투척 했었지만 그날 긴장감은 아직도 생생하네요
저 때는 몇시간을 반복 훈련 하고 던저도 긴장되던데 안타깝습니다.
학군교에서 학군후보생 수류탄 교육할때는 조교와 교관이 2인1조로 하여 교육생을 끊임없이 관찰했었지요. 그리고 항상 하는 말이 폭발성 화기를 교육할 때, 그 화기를 사용준비하는 상태라면 반드시 신속하게 실시해야지 질질 끌면 100% 사고난다고 강조하던 훈육관 생각나네요. 항상 귀를 열고 있고 일정 시간 지난다 싶으면 빠르게 조치해라... 사람인 이상 누구나 실수하니까... 중요한 지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FSO나 본부포대장만 하다가 전역해서 위험한 화기 근처에 갈 일이 거의 없었긴 했지만...
그리고 수류탄 던져본 분들은 아시겠지만 도자기형태의 연습용 수류탄과 실제 세열수류탄은 그 묵직한 무게부터 차이가 큽니다. 그래서 제대로 투척하지 않으면 애매하게 날다 굴러버려요. 괜히 다한증이나 꿈 이상하거나 힘없는 애들 제외시키는게 아닙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수준 처참하네 진짜..
부모의 심정으로 안타깝고
걱정되서 모의 수류탄 얘기
할수도 있지 그걸 비비탄이네 보이스카웃이네
하면서 비아냥 거리고있어..ㅉㅉ 한심하다.
그렇게 비아냥 거리는 애들아~
니들이야 말로 실제 수류탄 던져보기나 했냐?
영화 보고 게임하면서 옘병 떠는거면
좀 찌그러져 있어라…
되게 위험한거군요...덕분에 이해하게됐어요. ㅠㅠ
요즘은 교육용 세열 수류탄 괜찮나요? 나때는 불발탄이 제법 나와서 내가 던진건 안터지고 같은 중대 훈련병꺼는 안전핀 뽑았더니 피식하는 소리 나고 다행이 불발탄이라서 살아났는데 치장용으로 보관되던데 오래된거는 교체하면서 교육용으로 많이 돌렸었는데 교육용 수류탄을 별도로 제조 했으면 하네요. 훈련용보다는 좀더 강하게 하지만 살상력은 최대한 줄여서 저도 연못넘어가면 어쩌나 했는데 아무리 세개 던저도 안넘어가더라구요. 불발탄이라 터지지도 않았고요. 제때는 중대장이 수류탄 위력시범 보인다고 안전핀뽑고 수초가 기다렸다가 하늘로 던지는 시범을 보였었는데
ㅆ
수류탄 던져볼사람 해서 수류탄 던져 봤는데
호수에 던지라고 하는데 순간 받고나서 혹 실수라도 해서 다른데 떨어지면 어쩌나 그런생각부터 괜히 던진다 했나 순간순간 겁이 엄청났었는데 호수에 던지자 마자 호수에서 물이 펑 하면서 솟구치는거 보고 속으로 담부턴 던지지말자 이생각 부터 들었네요
저때는 사격하는데 총이 하도 후져서 m16..언제적 총인지..단발로 설정하고 쏘는데 타타타타탕 나가서..갑자기 전체간부 및 조교들이 다 뛰어와서 저를 죽이려고 하더구만요...근데 총기 고장을 내가 어쩌라고...ㅎㅎㅎㅎㅎ, 지나고 나니 추억인데 그땐 맞아죽는줄....ㅎㅎㅎㅎ
훈련소에서 슈류탄 만졌을때
그 차가운 쇠뭉치느낌 생생하네
그때가 3월이었지
정말 안타깝네요...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나라 여건상 그냥 대충할수도 없는 노릇이고...
러샤나 우크라이나만 봐도 개네들이 진짜 전쟁할줄은 아마
꿈에도 몰랐을겁니다...
안전핀뽑고 분명히 늪으로 던졋는데 헛손질해서 바로 발밑에 떨구는경우 많더군요. 그걸 교관들이 능숙하게 바로 집어서 늪으로 던지던데 교관들은 그순간이 얼마나 떨릴지...
군대 갔다온지 26년전이지만, 아직 훈련병때 첫 수륜탄 투척할 때가 기억이 생생하네요.
쓰니분이 글 쓰신것처럼 여태 살면서 경험해보지 못한 상황이라 그 짧은 순간 여러가지 생각이 들어 멍해질때가 있습니다.
안타까운 사고입니다.
훈련병때 수류탄 쥐고 핀뽑고 투척, 콰앙 할때 쾌감을 잊지 못하는데...ㅋㅋㅋ
이거 잘못 던지면 ㅈ된다는 긴장감과 동시에 나도 성공했다는 뿌듯함?
속으로는 또 던져보고 싶다는 마음도 있었던 그때의 철없던 저에 비해 이제는 자식이 있는 입장에서 이런 사고 소식을 접하면 마음이 너무 아프네요...
사령당직 근무 중에 윗 부대에 보고서 작성하면서 사건열람해보고나면 'ㅅㅂ 이게 뉴스에 안나와?' 하는 사건들과 'ㅅㅂ 이딴게 뉴스에 나온다고?' 하는 사건들이 많았었던게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단지 이 나라 군대에 입대하면 모두 안다치고 눈에 띄지 않게 중간만 하다 건강히, 조용히 전역만 잘 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