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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dayda.. | 18/10/19 05:24 | 추천 21 | 조회 1668

사립유치원 교사입니다. 비리에 대해 말씀드립니다. +965 [13]

보배드림 원문링크 https://m.bobaedream.co.kr/board/bbs_view/best/184316

안녕하세요. 저는 현직 유치원 교사입니다. 가입 후 첫 글이라는 이유로 관종 소리 들을 줄은 몰랐어요. ^^; 이곳의 문화를 잘 모르는 사람이라 그런 거니 가입 후 첫 글이 사회적 이슈라고 관종이라고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무거운 마음 가지고 용기 내어 글을 몇 시간 째 썼는데 두 분이 다신 댓글이 못 믿겠다, 관종이다, 교산데 잠 안자냐 이런 소리 들으니 살짝 허탈하기도 합니다. 글을 쓰다 보니 이 시간이 된 거거든요. 이곳에 글을 쓰게 된 이유는 얼마 전 기사화됐던 유아교육기관 식재료 납품하시는 분 글의 출처가 이곳이라는 걸 알게 되었고, 조회수가 상당히 높기에 많은 분들이 이용하시는 커뮤니티 같아서 이곳 게시판에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아마 유아교육기관에 종사하는 분들이시라면 제 이야기가 관종 소리 들으려고 하는 이야기인지..현장에서 진짜로 일어나는 일인지 아실거라 믿어요. 교원자격증 처럼 증명이 안되면 첫 가입 글을 믿지 않는다고 하셔서 자격증 사진 첨부합니다. 교원자격증은 교육기술부장관 위탁을 받아 대학에서 발급하는 자격증이라 교원자격증 중간에 로고 같은 게 나와 있어서 윗 부분만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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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 교사라는 직업이 저에겐 너무 소중하지만 안타깝고, 아프고, 이 일을 계속 할 수 있을까? 싶은 그런 직업입니다. 이 번 사립 유치원 비리 사태를 통해 더 그런 일이 되어버렸네요. 이 글을 쓰기까지 얼마나 많은 생각을 했는지, 얼마나 여러 번 쓰고 지우고를 반복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유아교육이 가장 교육답게 실현되어야 하는 유치원이라는 교육기관 안에서 말도 안 되는 일들이 일어나는 것을 보면서도 그것을 가장 잘 아는 교사들이 그 이야기들을 수면 밖으로 꺼내는 것이 왜 이렇게 두려워 져버린 걸까요. 매일 올라오는 사립 유치원, 어린이집에 관한 기사들을 보면 수 천 개의 댓글이 달립니다.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에 관한 제보성 댓글들을 보면 저는 그런 생각을 합니다. ‘들은 얘기인 척, 지인인 척, 아주 오래전에 일을 그만둔 전직 교사인척 하고 댓글을 다는 사람들이 많겠지?’하는 생각을요. 물론 정말 들은 이야기 일 수 있고, 현장을 그만둔 전직 교사인 분들도 있으시겠지만 현장을 경험했던 많은 분들이 저와 같은 마음으로 다른 이의 힘을 빌어 댓글을 쓰시는 분들도 많을 겁니다. 익명이지만, 아이디의 일부이지만 혹시나 누군가 알고 내가 그랬다는 사실이 어떤 방법으로든 알려지지 않을까 두렵기 때문입니다. 선생이라는 직업은 교육자이기도 하지만 생계이기도 하거든요.  

이 글을 쓰다가 지우고를 여러 번 입니다만 용기 내어 다시 글을 써내려가는 이유가 있습니다. 저는 아이들에게 선생님이고 시간이 흘러도 언제나 선생님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현실과 타협하는 삶을 살아가면서, 옳지 않은 걸 옳지 않다 얘기할 수 있는 용기가 없으면서 먼 훗날 저를 선생님이라 불렀던 그 사랑스런 아이들 앞에 웃는 얼굴로 마주할 수 있을까 두려워 졌습니다. 아니, 아이들을 위해 뭐라도 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비록 얼굴을 공개하고 대중 앞에 나서서 목소리를 높이며 무언가를 할 수 있는 만큼의 용기는 아니지만 교육현장에서 느꼈던 여러 부분들에 대한 저의 이야기를 말씀드리려 합니다. 읽으시는 분들이 조금이라도 이 현실에 대해 제대로 인지해 주시고 함께 작은 힘을 보태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지금도 아이들 교육에 대한 사명감을 가지고 일하시는 많은 선생님들 다 저와 같은 마음이실 거예요. 다들 계란으로 바위치기라고, 시간이 조금만 지나도 지금 이슈에 대한 관심은 금방 식을 거라고 했지만 옳은 일에 뜻을 함께 하면 작은 변화라도 있을 거라고 저는 믿고 싶습니다.   

기사나 뉴스로 많이 접하셨겠지만 사립 유치원의 현 행태는 최근에 행해진 것들이 아닙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사립유치원, 어린이집의 문제는 더 심해지면 심해졌지 나아진 것이 없습니다. 근본적인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았으니까요. 제가 근무한 곳에서 만났던 많은 선생님들과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예나 지금이나 우리는 왜 같은 소리를 하고 있는 걸까 라는 말을 정말 많이 합니다. 아이들 급식, 교사의 근무 환경 및 처우개선, 교구 및 프로그램 등에 대한 리베이트, 가족 경영, 기타 다양한 방법으로 행해지는 각 종 비리의 문제들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습니다. 그것이 수면 위로 드러나니 다들 충격이라고 하지만 적어도 정치권에 계신 분들, 해당 지자체 공무원, 교육청, 원장들, 그리고 교사들은 알고 있었습니다. 물론 저도 기사에서 접하는 다른 사례들을 보니 그 정도가 상상 이상이긴 했지만요. 저는 이 모든 문제들이 한 사람의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본인들의 탐욕과 이득을 위해 아이들을 볼모로 정치하시는 분들, 교육 공무원 분들, 유아교육기관 운영자들, 교사들, 학부모들 모두가 얽혀 있는 문제입니다.

각 지자체에서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을 상대로 후원하는 큰 규모의 행사를 하면 항상 소위 윗분들이라 칭하는 분들이 옵니다. 교사들에게 일일이 악수하고 명함을 주고, 행사 시작을 알리며 행사에 학부모님들께 인사말을 하곤 하지요. 선거철에는 어깨에 띠를 두르고 오기도 합니다. 해당 교육청 간부들이 나올 때도 있고요. 제가 근무한 기관장들은 교육감이 바뀔 때마다 교육감들과 간담회 형식의 자리를 갖곤 했는데 항상 그 모임에서 돌아오면 교사들을 모아 놓고 교육감님이 유아교육을 위해 힘써주신다 약속했다며 그 자리에서 나눈 여러 가지 말들을 전하곤 했습니다. 그 자리에서 어떤 이야기들이 오고 갔는지 요즘에 취재된 기사들을 보니 알겠더군요. 내부고발을 하는 선생님들이 누구인지 원장이 다 아는 이유는 유치원의 비리를 알면서도 눈감아주는 그 분들, 감사를 하면 감사를 한다고 미리 예고해 주시는, 감사를 와도 정말 빨리 끝내고 가시는, 문제가 생기는 것도, 일을 처리하는 것도 싫은 공무원 분들 덕이었습니다. 알고 있었지만 정말 그렇다고 하니 새삼스레 소름이 돋습니다.

정치하시는 분들을 볼 때마다 무슨 생각을 하시는지 참 궁금합니다. 저는 정치를 잘 모릅니다만 국민들이, 특히 자라나는 아이들이 더 나은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애써주셔야 되는 위치라는 것은 압니다. 열심히 뛰어다녀도 모자랄 판국에 아이들의 교육 현장을 상대로 정치를 하시는 겁니까? 사립교육기관 운영자 분들이 본인들의 정치세력에 얼마만큼의 영향을 미치는지 전 잘 알지 못합니다만, 그들의 입김은 두려 우시고 등 돌릴 국민들의 마음은 두렵지 않으셨는지, 부모로서 자식들 보기 부끄럽지 않으셨는지 묻고 싶습니다.

사립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교사는 취업하기 전 교사가 기관에 대한 정보를 알 수가 없습니다. 기껏해야 해당 기관에 일했던 지인이 있는 경우 혹은 전해 듣는 경우가 다입니다. 급여는 얼마인지, 근무 시간은 어떻게 되는지, 직원 복지는 있는지 그 어떤 것도 미리 알고 가는 경우는 정말 거의 없습니다. 학부모님들이 어떤 기관에 아이를 보낼지 입학 설명회 하나로 판단해야 하는 것처럼 교사들도 원장과의 짧은 면담 하나로 근무지를 결정하게 됩니다. 그래서 면담의 내용과 다른 문제들을 겪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교사는 경력에 대한 이력이 관할 기관 전산에 등록이 되기 때문에 중간에 사직한 이력이 있거나 원장과의 관계가 좋지 않으면 이직을 할 때 불리합니다. 그래서 교사들은 늘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서도 아무 것도 할 수가 없게 되고요. 교사가 마땅히 받아야 할 급여와 근무 시간을 지키는 곳은 거의 없습니다. 교육 경력이 많아지면 전문가로 인정을 해주고 능력에 따른 급여를 마땅히 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라에서 매년 책정해주는 교육공무원 호봉표가 있는데요. 원장님들은 본인들 월급, 아들 딸 월급은 천만원 몇 백 마원 단위로 받아 가시면서 교사들 경력에 따른 제대로 된 호봉 급여 줄 돈은 없습니다. 사립 유치원 호봉표라는 걸 따로 만들어서 지역별로 담합합니다. 게다가 경력이 많은 교사는 그 호봉마저 깎습니다. 원아 모집이 어려워서 돈이 없으시다는 둥, 미안하다는 둥 갖가지 핑계를 대시는데 본인들은 명품백도 사고 외제차도 타시고, 일 년에 서너 번 해외여행도 가십니다. 명절 상여금 5만원 주는 것도 아까워하시면서요.

한동안 이슈가 되었던 근로시간 중 1시간 휴게 시간에 대한 문제가 있는데요. 과연 그 1시간 제대로 쉬는 기관이 있는지 묻고 싶네요. 쉴 공간조차 없어 계단이나 특강 교실 구석에 앉아 있거나, 쉴 곳 없으면 원장실에 앉아서 쉬라고 하는데 쉬는 게 쉬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이제 곧 겨울이 오는데요. 냉난방비 아끼는 원장님 엄청 많습니다. 아이들이 있는 교실 온도가 10도입니다. 가을이라 바깥 온도가 15도만 되도 추워서 자켓을 입는데 본인들 자녀는 그런 방에 두고 키우시는지 너무 화가 납니다. 아이들에게 원장이나 이사장님 몰래 보일러를 튼 적도 많습니다. 어떻게 알았는지 와서는 보일러 왜 켰냐고 물으시더군요. 모르는 척 아이들이 켰나 보다고 둘러댄 적도 많습니다. 여름엔 에어컨 적당히 작동시키라고 회의 때마다 얘기하고요. 올 여름 엄청 더웠잖습니까. 제 지인의 유치원은 연식이 너무 오래된 에어컨이라 제대로 작동이 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일단 선풍기를 틀고 있으라고요. 2주 정도의 기간을 그렇게 보냈다고 합니다. 잠깐 움직이기만 해도 땀이 나던 올 여름, 그 아이들이 어떻게 교실에서 생활했을지 안 봐도 눈에 선합니다. 학부모님들은 당연히 모르셨겠죠. 덥다고 하면 그저 날이 더워 덥다고 하는 건줄 아셨겠죠.

아이들 견학 갈 때 어떻게 가는 줄 아세요? 보통 원에서 운행하는 차량을 타지만 장거리 견학을 갈 때엔 대형 관광버스 대절을 합니다. 제가 있던 어린이집에선 대형버스 한 자리에 3명씩 앉혔습니다. 안전벨트를 두 명이 하나를 매는 거죠. 겨울이라 아이들이 패딩을 입고 있었는데 좁다고 가는 내내 불편함을 호소했습니다. 부담임 선생님 한 분도 자리가 없어 맨 뒷자리 올라가는 발판?이라고 해야 할까요. 거기에 앉아 한 시간 반을 이동했네요. 만약에 교통사고라도 났으면 어떻게 됐을지, 그 책임은 누가 어떻게 져야 했을지 생각만 해도 끔찍합니다. 안전보다 돈이 먼저라는 것이 참 씁쓸해요.

입학 설명회나 오리엔테이션 그 외 각 종 행사들을 하면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갈 기회가 있으실 겁니다. 입학 설명회 때 원마다 얘길 들어보면 휘황찬란한 프로그램들 많습니다. 저마다 특색 있는 교육을 내세워 원아 모집을 하려고 하죠. 프로그램이 아무리 훌륭해도 너무 많은 프로그램이 운영되면 아이들과 보내는 일과 중에 다 소화할 수가 없습니다. 허울만 있는 프로그램일 확률이 높습니다. 혹시 아이들이 실제로 생활하는 교실과 환경을 둘러보셨는지요. 유아교육은 곧 놀이를 통한 학습입니다. 놀이를 하려면 기본적인 교구나 소모품들이 있어야 하겠지요. 하지만 대부분의 원은 아이들의 교구교재, 프로그램에 많은 돈을 투자하지 않습니다. 투자한다 하더라도 리베이트 받는 품목이 대부분입니다. 교실만 살펴보셔도 이 기관이 아이들에게 어떤 환경을 제공하는지 아실 수 있을 겁니다. 수업에 필요한 소모품의 경우도 재활용품은 가정에 협조를 구하고 조형영역(미술활동)에선 이면지 사용이 대부분입니다. 이면지마저 없어 이면지를 반으로 잘라서 주기로 하고, 색종이는 왜 필요한지 묻고 개수를 세서 주는 곳도 있습니다. 2cm 테이프가 아까워 1cm테이프로 주문하고, 재활용품에서 주워온 책이나 교구들을 가져다가 교실에 채우라고 주는 원도 있습니다. 주문을 해주지 않는 소모품은 교사의 개인 사비로 사는 경우가 많고요. 이 외에도 수없이 정말 많아요. 끝이 없습니다.

가족 경영의 경우도 문제가 참 큽니다. 대부분의 유치원은 원장, 이사장, 사무직의 직함을 가진 관리자들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보통 원장이 여자면 이사장은 남편, 기타 사무직에는 아들이나 딸 혹은 며느리 등을 채용합니다. 문제는 이들이 유아교육에 대해서 잘 모릅니다. 하는 일도 물론 뭔가를 하긴 하고 있지만 그 월급을 받을 만큼의 일인지는 의문입니다.  

유아교육을 잘 알아야 원이 어떤 기준을 가지고 운영해 나가야 할지를 알고, 각 교실에서 운영되는 교육과정에 대해 교사들과 서로 의논하고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할 수가 있는데 그렇지 못합니다. 그들에게 유치원은 교육기관이 아닌 영리를 추구하는 사업장인거죠. 그런 조직이 교육기관답게 잘 운영될 수 있는지 저는 아직도 의문입니다. 2세들만을 위한 학교도 있습니다. 유치원 정교사 자격증 발급 여부는 잘 모르겠지만요. 일하지도 않는 가족을 교사로 올려 놓고 수당과 급여를 챙겨가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제가 근무했던 어린이집에선 딸이 하루에 한 시간 정도 있다가 갔는데 정교사로 올라가 있었습니다. 1년 정도 뒤엔 며느리가 들어오더군요. 가족경영을 하는 유치원은 사유재산을 늘리는 그들만의 리그입니다.

급식의 경우에는 기사로도 정말 많이 접하셨을 거라 더 이상 말씀드리기도 죄송할 지경입니다. 첫 근무지에서 조리사님이 그렇게 한숨을 많이 쉬셨었어요. 늘 미안하다 하셨고요. 아이들 먹을 반찬도 없지만 교사들이 먹을 반찬도 없어서 항상 교사들 뭐라도 챙겨 먹이시려고 집에서 만든 반찬을 가지고 오곤 하셨어요. 기사에 200명 넘는 아이들에게 닭 3마리로 닭곰탕 만들어 먹였다고 하던데 제가 있던 곳은 카레에 카레 밖에 없었어요. 당근이나 감자, 고기 같은 야채가 없었어요. 물에 카레만 섞어 준거죠. 닭죽엔 닭이 없고, 아이들이 더 달라 하면 아이들이 안 먹는 나물 종류를 더 주며 고기반찬은 없어서 못 준다고 미안하다고 말해야 했습니다. 애들도 먹을 반찬이 없는데 교사는 당연히 먹을 게 없겠죠. 샌드위치도 식빵 1/41인분입니다. 가래떡은 엄지손톱 한 마디 정도 크기로 3개 이런 식이에요. 전 만5세 반이었는데 많이 먹는 친구들은 교사보다 더 많이 먹는데 간식이나 식단이 부족하다고 해도 항상 제자리였습니다. 교사 급여도 아끼고, 교재교구비도 아끼고, 급식비도 아끼면서 대체 어디에다 돈을 써서 돈이 없다고 말씀하시는 건지 묻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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