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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달 | 24/09/13 07:34 | 추천 47 | 조회 1739

새엄마라는 자리..... +191 [10]

보배드림 원문링크 https://m.bobaedream.co.kr/board/bbs_view/best/771007

시간이 빠르다보니 남편을 만난게 몇 년 째인지 잘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아직 60도 되지않았으니 많은 나이도 아니라 생각하는데

문득 문득...내가 살면서 마음 고생을 많이 해서 그런지 기억력이 영 신통치가 않네요.

아마 대략 15~6년 쯤 되지 싶네요...새 가정을 꾸린 지.....

 

형편이 어려워 결혼식같은 건 꿈도 못꾸고

그냥 원룸 단칸방에 살림만 간단히 시작했다가

남편이 아들을 데려왔습니다.

이 또한 선명한 기억은 아닌데...아마 친모와의 사이에서 아이 양육을 두고 기싸움을 했던것도 같고,

두 분 다 도덕적문제는 없는 걸로 알고 있었지만

내 자식은 내가 키운다..그런 이유였습니다.

 

청승맞은 신파 스토리는 빼겠습니다.

 

그냥 ....이 착한 아이를 왜 그리 6~7개씩 학원만 보내면서 키웠을까...안타까웠던 기억이 큽니다.

4학년이었나..5학년이었나...젓가락질도 못하고, 인사도 할 줄 몰랐습니다.

양치도 아빠가 해줘야했고, 머리감기..팬티갈아입기도 아빠가 다 해줘야했습니다.

 

지금은 제가 웃으며 말합니다..

'저거 저거 내가 사람 만들었지~'하면서 말입니다.

 

남들 앓는 질풍노도의 사춘기도 있었고, 담배피다 걸려 제가 담임선생님께 불려가기도 했습니다.

친구라고 데려온 녀석이

집에서는 절대 허락하지않았던 온라인 게임을 밤새 해서

결국은...게임하러 우리집 오는거면 오지말아라 했더니

저를 바라보던 그 친구녀석의 경멸어린 시선이 기억납니다..

아마도 새엄마라고 말했었던걸까요....

 

여차저차 성장하고 대학을 졸업하고 군대도 잘 다녀왔고

직장을 다닐정도로 성장한 아들과

종종 연락도 하고 명절이며 생일이며 어버이날도 챙겨주더라고요...반듯하게 잘 자랐고

여전히 착하고 이쁩니다.


얼마전 긴 통화를 했습니다. 한시간도 넘게 통화한것같습니다.

약간 세심한 구석이 있어서 남편인 친아빠보다는 거의 대화가 없는데

저랑은 긴 통화를 곧잘 하곤 했는데

그 날 따라 유난히 길었습니다.

 

갑자기 그런 말을 하더군요.

저더러....

살면서 종종 느꼈다면서...참 대단하시다고...

어쨌든 피 안 방울 안 섞인 남 아니냐고....

 

수줍고 내성적이어서 표현 잘못하던 녀석이...

제 나름의 고마움을 표현하고 있었습니다. 울컥....했어요.

잘 하고 싶었던 내 마음을 ...이 녀석이 알고 있었구나....

 

그러면서....그 원룸살때..가...

돌이켜보니 그 때가 제일 좋았던것 같다고....

그 말을 되새기며 참 많이 울었습니다.


친엄마 찾아가서 결국얼마 못살고...

지금도 아마 티격태격 하는 모양입니다.

그 엄마도 참 선한 사람인걸로 아는데....가족끼리야 누구나 티격태격하는거니까

혼자인 엄마한테 말 이쁘게 해라.....하긴했는데

부모복 없어 외롭게 자란것같아 또 마음 아픕니다.


얼마전 이사를 하다 발견한

그 당시 출근하면서....써놨던 제 메모들을 발견했습니다.

 

'학교 잘 다녀왔니? 손 씻고 냉장고 속 과일이랑 우유 먹어라...'

'우산 펼쳐서 말리고, 학습지랑 글씨 두 장 써라..'

'퇴근하면 빨리 올테니 울지말고(농담) 문 잠그고 간식먹고 있어라' 등등

 

20년 가까이 된 메모들을 모아둔 것도 신기하고

새삼...초등생이었던 아들의 모습과 잘 커 준 지금이 뭉클해서...

참 감사하고 행복합니다.

 

친모와의 갈등을 얘기하는데...들어보니....그 또한 그 분이 나쁜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선한 사람이어서 생긴 문제였기에

어린 나이 부모의 이혼으로 상처받은 일은 안스럽고 가슴아프지만

그나마...

그나마....이만하길 다행이다....싶은...합리화도 해 봅니다.


그 때가 제일 행복했다는 그말은...

삶이 그만큼 고단하고 녹록치 않았기 때문에 드는 생각이겠지 싶어 마음이 아프지만

그래도 ...짧지만 그런 순간이라도 기억에 있다니 참 감사합니다.

 

헌 것 보다는 새 것이 좋지않느냐..

새엄마 괜찮지 않냐....하고 농담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젠 아들도 나이앞자리에 3이 붙기 시작합니다.

 

세상의 새엄마 새아빠들께....

감히 말씀드립니다.

 

의붓자식에세 넘치게 사랑을 준 게 있다면 아이 혼내키고 나무라도 됩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새 가족이 되어...

버릇들인다고 나무라고 ...애들 잡는거 하지마세요.

무슨 기준이었는지 모르겠으나...저는 그놈의 '잘 키워야지'노이로제 걸렸던 것 같습니다.

저는 ...의도는 좋았지만...엄했던 부분은 후회가 됩니다.

 

 

'나도 새 엄마가 처음이어서 ...네게 상처 많이 줬을꺼야.

그래도 난 네가 항상 조카같고 ...이뻤다...'진심으로 사랑한다.....

너무너무 고맙다...

 

---------------------> 덤덤히 쓰고 싶었는데...결국 신파조로 흐르네요.

자랑할 곳이 없어서 익명 빌려 써봅니다.

산전수전 공중전 겪은 팔자니...어지간하면 악플은 달지 말아주세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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