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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om | 24/09/04 22:52 | 추천 8 | 조회 28

영화)(스포) [아바타] 제이크 설리가 2에서 실망스러웠던 근본적 이유.sf +28 [4]

루리웹 원문링크 https://m.ruliweb.com/best/board/300143/read/6751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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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감독이 뭔 신념을 갖든 난 1편같은 화끈한 대규모 전쟁 보고 싶었다고요


이런 불만은 취존 가불기니까 말 아끼고


제이크가 모든걸 버리고 잠적한다는 굴욕적이고 답답한 행보를 보이는건,


이 영화의 장기적인 서사를 가져감에 있어 한번은 거쳐야 했던 분기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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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크의 첫 대사가 뭐였는지 생각해보자.


"내 삶 한가운데에 큰 구멍이 난 채로 상이군인 병원에 누워있을때부터,


나는 이 비행의 꿈을 꾸기 시작했다.


나는 자유로웠다.


그러나 잠은 깨어나기 마련이다."



제이크 설리 캐릭터의 핵심은 모험활극 주인공다운 쾌활함, 그리고 상당한 피지컬과 적응력 등의 능력도 있지만

잘 나가던 특작부대원 (쿼리치가 파병이력서를 보고 인정한 해병대 리콘 출신)이었던 남자가

부상을 입어 모든걸 잃고 휠체어 신세로 굴러떨어진 시점부터 갈망하기 시작한.

자유와 해방에 대한 것이 있었음.


어떻게 보면 자유와 해방이라고 말하는것,

이 영화에서 말하는건 살짝 돌려서 까면 "도피"임.

형의 부고 + 대체고용 제안을 하러 온 임원들의 대사에서도 드러남.


"새 출발(Fresh start) 하는거야, 새 세상(New world)에서"



약 4광년-인류 기술력으론 편도 6년- 거리의 완전히 동떨어진 세상.

제이크가 길거리에서 휠체어 끌고 다니던 삶에서 도망가기엔 충분히 매력적인 제안이었어.

우주선에 몸을 싣고, 판도라로 도망 오면서. 제이크는 독백하지.


"하나의 삶이 끝났다, 다른 삶이 시작된다"


 후술하겠지만 이 대사는 2편에서 그대로 등장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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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색감과 구도의 대비는 결코 의도적으로 배치하지 않고서는 나올수 없는 연출임,

심지어 총을 들고 강압적인 목소리를 내는 전자와,

"님 뭐임?" 스러운 김빠지는 코믹 목소리를 내는 후자의 앰프슈트 파일럿조차도]


거기에 아바타 바디라는, "건강함"까지 돌려주고 나니.

제이크는 그야말로 조증 걸린것마냥 행복에 겨워 들뜨기 시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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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환상적인 해방의 끝은 이크란 퀘스트 완료를 통한 탈것 획득.


"비행"


꿈속에서나 갈망했던 비행을 제이크는 이제 손에 넣은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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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그것도 어떤 관점에서는 현실의 몸을 내팽개친 꿈속이라는게 문제였지만.


영화 2시간 40분중 분격적으로 인류-나비 관계가 폭격사태로 곱창나기 시작하는 1시간 40분 지점까지.


제이크의 이야기는 언더커버 작전, 타부족 적응기라는 스토리의 틀을 띄지만

기묘하게 이세계 라이프 어드벤처 만끽이라는 느낌의 연출이 들어옴.


물론 판도라라는 가상세계를 관객들에게 소개하는 장치로서의 역할도 존재하지만.

근본적으로, 이 모든게 그저 도피와 자유를 추구하던 설리의 꿈과 다름없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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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편에서 관객들이 뒷목잡던것 못지않게 우유부단했던 제이크의 행동의 결과로

소이탄 대학살 + 홈트리 폭파 사태가 벌어지고

완전한 실패자, 배신자로 낙인찍혀 링크기에서 끌려나올때

설리의 반복되는 독백은 그렇기에 하찮고, 그렇기에 안쓰럽다.


"나는 평화를 가져오리라는 꿈을 꾸던 전사였다. 그러나 꿈은 언젠가 깨어나기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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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런 결핍으로 가득찬, 우유부단하고 애매모호한, 혈기와 패기밖에 없던 하찮은 남자가

고급차 획득 원큐에 부족민들을 통합하고 행성을 구원한 영웅이 되어버렸다는것.


물론 토루크의 전설을 믿고 몸을 던져 사투끝에 승리한 제이크의 용기와 능력은 주인공에 걸맞는 것.


하지만 휠체어 탄 하류인생 베테랑의 '결핍'은 영화의 끝까지 채워지지도, 성장서사가 끝맺어지지도 않음.


그저 이세계 판타지 주인공답게, 영웅이 되고, 카리스마로 부족민들을 집결시켜, 신화를 이룩하고, 모든걸 얻고 해피엔딩이 됨.

용기라는 측면에서, 나비-인류 사이에서 아무것도 못하고 우유부단하다

확실하게 "옳은 편"을 택한 제이크의 용기와 투쟁은 단편영화로서 훌륭하게 마무리지어짐.


하지만 그 현실도피하는 그 절망감과 피폐함, 결핍에 대해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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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루크 막토로 부족에 귀환하던 1편의 구도와 정확히 반대로 대비되는 2편의 구도)


영웅으로, 신화로 떠받들어졌던 전사지만

실상은 그저 손에 쥔 자기 행복을 놓치기 싫어 어영부영하다 죄다 망쳐버리던 하찮은 퇴역군인이었던 제이크.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라며, 전쟁을 포기하면 목숨들은 건질수 있다며 모든걸 버리고 떠나지만

보라, 저 장면 전체에 팽배해있는 굴욕감과 패배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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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로 다같이 날아갈때 여기서 카메론 감독이 제이크를 두번 죽이는데

제이크 설리를 제외한 모든 가족들이 숲을 돌아보며 미련을 못버리는 눈빛을 보내는 장면을


카메론 감독은 원샷으로 일일히 다 컷컷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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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하게 돌아보지 않고, 그런 가족들에게 눈빛을 황망히 보내고만 있는건 설리뿐임.

그러나 이내 마음을 다잡으며, 설리는 자기 자신을 다잡기 위해 독백을 함.





"하나의 삶이 끝난다, 다른 삶이 시작된다...."






.....13년의 세월을 넘어, 이 대사가 "여기서" 반복된 이유가 뭘까?



마음속 깊은 곳에서, 결국 이것조차 (가족을 위해서라는 표면적 이유 밑에)

그저 멀리 떠나, 도피해서, 자유를 얻겠다는,

1편의 그 철부지 퇴역군인에서 조금도 나아지지 못한 모습이야.





이것으로 카메론 감독은 일부 관객들의 생각과 다르게


"제이크 설리는 영웅으로서 높은곳은 닿아봤지만,  완성되지 못한 캐릭터였다"


라는 것을 명백히 선언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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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2편의 서사는 "도망치지 않을 것"이라는 결심을 내리면서 마무리가 지어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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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좀 많이 답답하고, 하찮을지언정 

이러한 여정에 "두시간이면 끝낼 내용이었다"느니,

"그냥 3편으로 넘어가도 되는 원점복귀 전개니" 하는 악평은 부당하다고 생각해.


(맨 처음에도 언급했듯이, '그냥 이게 재미없었다 싫다' 는 뭐라 할수 없는거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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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스로 떨어졌다가 원점으로 돌아오는것 역시도, 분명 움직인 거니까.



1편을 하나의 단편영화로 보고, 더이상 이어질 서사가 없는 완결작으로 본 사람들의 입장에선 실망할수 있지만


그 와중에도 1편에서 명백히 존재했던 제이크 설리의 결핍에 집중해,

원점부터 재시작한 계산적인 각본이었다고 봐.


영화 개봉 첫날에 봤을때

"뭐여 시1벌? 깨어난포스마냥 작정하고 1편이랑 똑같이 병치시킨 전개를 해놨는데?" 하고 당황했던 기억이 생생한데

이렇게 보고 나니 모든게 다 이해되는듯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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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졸라짱샌 빨강토루크"의 힘으로 영웅이 되었던 1편과는 다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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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편의 설리는 자신이 그렇게나 과보호하고자 했던 자식들에게 역으로 구원받았다는 아이러니로 약간은 성장했을거야.



그리고 엔딩의 의미도 단순히 "아 도망은 헛짓이었구나"로 요약될 내용이 아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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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식에서의 제이크 설리의 대사는 오프닝에서 지나가듯 나온 대사를 완성시키는 형식의 수미상관인데


"에이와는 모든 자녀를 품에 안는다, 아무것도 사라지지 않았다"


나비족의 자연관, 우주관인 "모든 에너지는 잠시 빌렸다 돌려주는것"

의 의미를 진정으로 깨달은 제이크 설리가


이 땅을 지키는 것이 아들 너희들과 함께하는것이라는것을.


행복을 잃을까봐 긍긍했지만 잃은줄 알았던 것들도 사라지지 않았다는것을.


그걸 깨달은 제이크의 결심이었단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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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3편에서는 제이크 설리가 어떤 길을 가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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