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를 때려치면 뭘 할 수 있을까 +109 [13]

기간제지만 그래도 나름 지역에서 대학 잘보내는 사립에서 몇 년 일하면서

고3 담임도 해보고 아침일찍 학교 문도 따보고
야간 수당 신청도 놓친 타이밍에 애들 실험 안 끝났다고 늦게까지 과학실 관리하고
방학 날리고 생기부 글 한 줄 더 그럴듯하게 써주려고 연수도 다니고
온갖 고생
그것도 아직 다른 짬 쌓인 선생님들보다도 덜 고생하면서도

그렇게 해서 나름 괜찮은 애들 한 명 한 명 신경쓰고 관리해서
결국 얻은게 편두통에 면역력 박살에 식도염에 목 디스크고

그래도 나름 괜찮은 애들 노력한 만큼 좋은 대학 보내면
같이 신나서 박수치고
그렇게 대학 보낸다해도

결국 그 대학에 가봐야 애들 기다리는 건 취업 지옥이고
그 취업 지옥 무시하고 아무튼 애들을 의미없는 대학에 밀어넣는건 아닐까 소소하게 죄책감 쌓이고
그래도 명문대는 명문대라고 거기 간 애들이라도 좋은 미래 기다리겠지 생각하고
학교에 현수막 걸리는 서울대 합격생 메디컬 합격생
현수막 사진 찍어서 내가 얘네 가르켰는데 하고 소소하게 위로 삼아 다녔는데

서울대 공대생도 돈 때문에 대학 떠난다는 글에 한탄하는 댓글 달았다고
아주 사람을 세상 모르니 넌 얼마나 잘랐니 ㅅㅂ 물어뜯고 ㅈㄹ들을 하네

그래 ㅅㅂ 내 인생은 의미없고 내 직업도 쓰레기 직업이지
근데 때려치고 싶어도 못 때려쳐
돈 많이 주는 것도 아니고 애들 눈에 밟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이젠 이것 말고 할 줄 아는 것도 없어

내 인생은 ㅅㅂ ㅈ같은 실패작이네
그런 주제에 현세대 교육에 한 마디 던진 제가 죄인입니다 죄송합니다.





혹시 이 중에 말딸 다스카 괴문서랑
고인물 미호크 일기
혹은 건담 애너하임 까는 글 좋아했던 사람들은 알아서 아카이브 남겨놔라

다 지워버리고 밀어버릴린다.